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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항상 젊은 사람, 아니면 어린아이 정도였지 '할머니'가 화자인 소설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생각나는 소설은 구병모의 파과 정도?

파과는 킬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할머니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물론 노인 여성으로서의 삶도 어느정도 묘사가 되지만 현실성은 없는 킬러의 면모가 주된 이야기였는데, 이 소설들에서는 그들도 나름대로 우리와 비슷한 그들의 삶이 있었고,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뜻하고 소소하게 재미있는 책이었다~~

여섯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음.

윤성희 · 어제 꾼 꿈
백수린 · 흑설탕 캔디
강화길 · 선베드
손보미 · 위대한 유산
최은미 · 11월행
손원평 · 아리아드네 정원

내가 제일 좋아한 편은 [흑설탕 캔디]인데

청춘이 다 지나간것처럼 보이는 할머니도 사실 언제나 마음은 청춘이고

겉모습만 늙었다는 걸 마음 깊이 느끼게 된 소설이다.

단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훌훌 읽었음에도 흑설탕 캔디는 참 따뜻하고 뭔가 여운남는 소설이었다. 

다른건 생각이 잘 안나 ... ㅋㅎㅎㅎ

아래는 내가 좋아한 구절~

 

--

 

비가오면 손가락을 벌려요. 그 사이로 비가 지나가게.

그 후로 비가오면 나는 창밖으로 손바닥을 내밀고 한참 서 있어보곤 했다. 손가락 사이로 비가 지나가는 걸 상상하면서.

 

윤성희, 어제 꾼 꿈 中

 

--

 

예상치 못했던 일이 주는 즐거움. 계획이 어그러진 순간에만 찾아오는 특별한 기쁨. 다 잃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한여름의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던 행복의 찰나들.

그리고 할머니는 일어나서 브뤼니에 씨와 함께 탑 위에 각설탕 하나를 더 쌓았다. 하나를 더. 또 하나를 더. 그러다 탑이 무너져 내릴 때까지. 각설탕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할머니와 브뤼니에 씨가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릴 때까지.

백수린, 흑설탕 캔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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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巳時)는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엿다. 은형은 절에 오면 사시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게 좋았다.

 

최은미, 11월 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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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형은 절에 오면 사시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게 좋았다.' 이 구절이 왜 좋은진 모르겠는데

그냥 익숙하지 않은 것이 일상이 되어서 좋다는 묘사가 좋은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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