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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책 표지는 너무 못생겼다. 진짜..

팔리지 않아 서점 구석에 박혀있는 밀레니엄 시대의 책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함.ㅠ

하지만 책의 인상을 결정하는 표지와 달리 이야기는 정말정말 인상적이었다.

요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에 들었음..

글쓴이는 마치 2,3회차 인생인것 처럼 현대인을 통찰하고 내면을 기가막히게 풀어냄...

케이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하나하나, 쏟아내는 말 하나하나가 내 머릿속에 콕콕 박혀와서,

너 이렇게 생각하지? 하고 조져버리는 것 같다.

나를 잘게 여러 조각으로 나눠 여러 인물을 만들어 소설속에 녹여 놓은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어느 한 부분들이 전부 다 나다. 

 

주인공은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고, 한없이 한심하고 비관적임..

진부함과 한심함에 저항하지만 사실 그 자체일 수도 있고, 그 사실에 더 무너져 내린다.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떠올리는 생각, 끝도 없이 쏟아내는 말들,

그 생각들을 한 번이라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관념적으로만 떠다니던 생각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텍스트로 착착 정리해서 보여주는 듯 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으며, 꼭 내 일기를 훔쳐보는 했음.

특히 남자친구인 지원이와 싸우고 헤어지는 부분, 지원이가 하는 말들은 정말... ㅎ .. . .  . .. .. . . .

글쓴분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을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엿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듦.

 

책 제목과 관련된 '천국'에 대해 몇 번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사실 소설에서 묘사하는 그 '천국'이라고 하는 현실과 내면의 괴리감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수많은 말들이 너무 흥미로워서 의미에 집중 안 하고 호다닥 읽어버림...

어떻게 보면 수박 겉핥기로 읽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좋으면 된거 아닌가요... ㅎㅅㅎ 

난 스토리가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줄거리 자체는 별 거 없는데도 너무너무 매력적이다.

몇 년 뒤에 내 상황이 달라졌을 때 또 읽어보고 싶음!

아래는 내가 좋아한 구절.. 너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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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너무너무 빠르게 변한 나라라서 한 두살만 차이가 나도 전혀 말이 안 통하거든. 그러니까 평범한 상태인거야. 말이 안 통하는게.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아. 이상하지? 근데 안 이상해. 말 같은 거 안 통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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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다. 정말이지 아름다웠고, 하지만 그건 케이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긴 천국이고, 그런데 나는 곧 이곳을 떠나야 한다. 케이는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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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케이가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확실한 사실이었다. 물론 평범한 인간에게도 미덕은 있다. 그를 통해 그가 속한 시대의 리얼리티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리고 지금 시대 케이를 통해 이해 가능한 리얼리티는 몰락이라는 단어로 요약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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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마음은 많이 정리가 되신 거예요?"

"정리? 글쎄, 정리라는게 될 수 있는 건가? 인생이라는 게 그런거다, 요즘은 그냥 그런 정도로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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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새끼들은 싹 쓸어버려야 돼. 그런 매너 없는 새끼들은 아주 완전히 뒈져버려야 된다고."

케이는 동생을 보았다. 아무것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듯 굳어있는 그의 표정을 보며 그녀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대체 얘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지? 이십년이 넘게 함께 살아온 동생인데, 생각해보면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게 정상인가?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잖아? 잘 살아왔잖아? 근데 왜 갑자기 고장이 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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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각을 해봐. 너랑 나랑 진짜 달라. 너도 알지? 그러니까...... 그래, 여기도 그래. 여기 너 단골이라며? 근데 솔직히 나 이런 데 별로야. 아니, 나랑 안 맞아. 커피, 이런 거 몰라. 너가 좋아하는 음악도 나 하나도 몰라. 솔직히 관심도 없어. 아니, 뭐 그런 건 그렇다 치고, 학교, 사는 동네, 가족, 살아온 환경...... 하나도 너랑 비슷한 데가 없어. 너랑 인생 자체가 다르다고. 너 방금 내가 해준 아줌마 얘기 듣고 무슨 생각 들었냐? 불쌍하다, 안됐다, 슬프다, 그런 생각? 아니, 솔직히 말해봐. 이해가 안 가지? 완전 다른 세계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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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난 망해본 적이 없어. 망하는 게 뭔지 몰라. 왜냐면 처음부터 망했거든. 난 태어날 때부터 인생이 쭉 이런 상태였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그런 느낌 알아? 계속, 계속, 계속, 좆같을 거라는 느낌. 빠져나갈 구멍이 안 보이는 그런 거 너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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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너도 나처럼 살았어도 똑같이 착할까? 알아, 이거 존나 삐뚤어진 생각이야. 그래서 미치겠다고. 너 때문에, 너랑 있으면 나 삐뚤어진 걸, 평소에는 까먹고 있던 그걸 자꾸 확인하게 돼. 나 존나 초라한 거, 좆도 없는 거, 그런거 자꾸 생각이 나. 그래서 존나 싫어. 미치겠어. 열등감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아니, 열등감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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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걜 만나면 기분이 아주 드러워져. 그냥 같이 있는 건데, 그냥 같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얘기 몇마디 하는 건데, 내 세계가 무너져내리는 느낌이 들어. 걔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 내가 살아온 세계가 다 부서지고 깨진다고. 근데 걔는? 아무 일도 없어. 근데 나는 걔가 하는 말 한마디에, 걔 몸짓 표정 하나하나에 내 세계 전체가 위협을 당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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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난 말이다, 사랑이라는 게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정신적인 측면에서건 물리적인 측면에서건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조차 뛰어넘는 깊은 관계를 엄청나게 단기간에 형성하는 거라고 봤을 때, 그게 그렇게 평화롭고 정겨울 수가 있는지 의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사람들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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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해라는 게 뭐지? 케이는 깨달았다. 자신이 단 한 번도 타인에 대한 이해를 시도해본 적이 없다는 걸. 그게 뭔지도 모르며,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다는 걸. 한심함보다 오싹함이 앞섰다. 한 인간이 타인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이렇게 오랜 동안 별문제 없이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게. 심지어 그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하지만 그게 세상이라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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