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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닭 농장, 돼지 농장, 개 농장에서 일하며 겪은 일들, 생각들을 쓴 책이다.

동물 사육의 실태와 동물 복지에 대해 생각하게 함.

세 동물을 기르는 형태의 공통점은 발만 겨우 디딜 수 있는 작은 공간에 동물 여러마리를 꽉꽉 채워서 기른다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동물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고 결국 폐사로 이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비록 잡아먹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지만 그런 동물들에게 최소한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충분한 공간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보장을 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짚어줬던 것이었다. 항상 '동물복지'하면 자유롭게 걷거나 뛰고 잘 수 있는 환경에서 동물들을 기르는 것만 생각하곤 했었는데, 동물들이 충분히 자기 삶을 누리지 못하고 인간에 의해 특정한 시기에 도살당한 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었다.

이런 것 외에도 고기로서 기르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의 경계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며, 동물 농장 사업에 얽힌 이야기들도 알 수 있다. 우리가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는 사료의 원료가 되는 줄 알았는데 사실 개 농장에서 개들의 밥으로 사용된다는 건 생각치도 못했다. 개 농장에서 짬밥은 개밥으로서 사용되고, 짬밥 사업 또한 수익을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농장 사업 구조가 단순히 독립된 한 사업으로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다른 이해관계와 얽혀 있기도 하다는 걸 알게되었는데, 그 안에서 먹고 살기위해 최선을 다해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가 그들을 보며 손가락질 하는 것은 선민의식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업 측면 외에도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묘사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몸이 고된 농장 일 특성상, 젊은 사람은 거의 없을 뿐더러 외국인 노동자가 태반인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조금) 엿볼 수 있고 매매혼에 대한 언급도 조금 있다. 

아무튼 알게 되는 것도, 생각해 보게 되는 것도 많은 책이니 읽어볼 만 하다. ~~~ 그럼 20000

아래 사진은 돼지 스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찾아본 사진.

돼지 농장에서는 아래와 같은 돼지 스톨에 돼지를 사육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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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에 대해 수치 위주로 접근하게 되면 금방 이해하고 또 금방 잊는다. 삼풍백화점은 1995년에 무너졌고 502명이 죽고 937명이 부상당했으며 재산 피해액이 2,700억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읽은 사람은 자신이 이 비극을 '안다'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대상을 파악했다는 감각은 내적으로 형성된 불안감을 해소시키며 이때 생긴 만족감은 계속해서 의심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동력을 감소시킨다. 이해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은 계속해서 다른 세상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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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란 도구는 갇힌 쪽이나 가둔 쪽 모두에게서 최악의 자질을 이끌어 내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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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수평아리들에게 매몰 처분은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이다. 그것은 쓰레기차가 여러분이 집 앞에 내놓은 쓰레기 봉지를 수거해 매립지에 쏟아붓는 것만큼이나 규칙적이고 또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병아리들에겐 방송사의 카메라가 찾아가는 일도 없고 어떠한 경악도 우려도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 병아리들도 똑같이 비명을 지르고 살려고 발버둥 치지만 말이다. 상품 가치가 없는 것은 연민의 대상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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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차별은 혐오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완성된다. '다른' 존재에 대한 혐오와 '우리 편'에 대한 사랑. 

차별에 구체적인 형태를 제공하는 것은 혐오지만 그것에 끈질긴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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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떼를 폐기시킬 땐 느끼지 못했던 부끄러움을 개에게는 고함을 지르는 것만으로도 느꼈다는 점은 인간 사회 속에 자리잡은 동물들이 온전한 삶을 누릴 '자격'을 얻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를 암시하는 듯 보인다.

먼저 그들은 상품이 되어야 하고 다음으로는 아주 비싼 상품이 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론 인간의 '친구'(그러니까 감정의 교류가 가능한 상품)가 되어야 한다. 너무 맛있거나 아니면 너무 못생겨서 '친구'가 될 가능성이 없는 동물들의 삶은 앞으로도 고달플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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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계 농장의 상대적으로 쾌적한 환경은 공장식 농장의 동물이 이중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첫번째는 가장 일반적인 제약인 공간의 감옥이다. 동물들의 삶을 개선시키려는 이런저런 노력들은 이 첫 번째 제약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식용 동물은 인간의 필요성에 따라 죽는 시기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두 번째, 바로 시간의 감옥에도 갇혀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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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동물 복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과 그렇게 생산된 고기를 즐길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건강하게 동물을 길렀다 해도 그 고기가 시장에서 외면당한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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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도계 방식도 그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부작용이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개 도살방식에 비할 바는 결코 아니다. 닭은 전기로 기절시키는 것이고 개는 말 그대로 전기로 지져서 죽이는 것이다. 두 경우가 똑같다고 하는 것은 비행기가 지면에 내려앉았다고 해서 착륙과 추락이 똑같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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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사람들은 언제나 스스로의 선량함을 의심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선량한 사람이 된다.

(폴 오스터, <<폐허의 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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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극에 참여하려 했다간 역으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 가지만이라도 관여할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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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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