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인줄 알았는데 로맨스였음
로맨스 취향은 아닌데 재미있었음
우주에서 온 사랑꾼과 한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너무 절절하거나 지나치게 정교하지 않아서 더 좋은 소설이었다
SF가 가미된 로맨스지만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임 ㅎㅎ
예전의 경민이가 사라지고 우주를 건너온 경민이와의 관계는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뻔한 흐름이지만
뻔할 수 있었던 흐름을 SF 소재를 넣어서 참신하고 지루하지 않았다.
뭐 크게 우여곡절이나 갈등을 겪는 건 아니어서 스토리가 스펙타클하다는 느낌은 없음에도
표현이 예쁜 구절들이 참 많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고
왜 지금 이 소설을 읽게된걸까~ 하는 생각도 듦.
ㅎㅎ 내 삶의 경민이들을 생각나게 하는 소설.
가볍게 읽기 좋음
아래는 내가 맘에 든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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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너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느냐고 묻는다. 끝내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건전한 절대 명제.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 는 역사상 가장 오래 되풀이된 거짓말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세계를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만든 세계에 기생할 수 밖에 없다. 끊임없이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세계에, 예수와 부처의 세계에,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세계에, 테슬라와 에디슨의 세계에,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의 세계에, 비틀스와 퀸의 세계에,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세계에 포함되고 포함되고 또 포함되어 철저히 벤다이어그램의 중심이 되어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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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른 이의 세계에 무력하게 휩쓸리고 포함당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아폴로의 그 다시없이 아름다운 세계에 뛰어들어 살겠다. 그 세계만이 의지로 선택한 유일한 세계가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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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는 오랫동안 봐온 그 등에서 익숙함을 찾으려 노력했다. 저 등은 언제나 가슴을 아프게 했었다. 한아를 아프게 하려고 빚어놓은 실루엣 같았다. 툭 튀어나온 양 어깨뼈 사이, 깊고 우묵한 곳에 이마를 대고 싶어졌더랬다. 하지만 언제나 점점 멀어져 잰걸음으로 쫓느라 한아는 울 시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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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직접 만나려고 2만 광년을 왔어. 내 별과 모두와 모든 것과 자유 여행권을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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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에 맺혀 있는 눈물을 닦아주려 했을 때는 막지 않았다. 경민의 손보다 온도가 높고, 굳은살이 없는 손이었다. 쌓인 기억이 없는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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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행하고 싶지는 않아? 공항에 오니까 여행 싫어하는 나도 막 그런 기분이 드는데."
"네가 내 여행이잖아.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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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원래의 경민처럼 경쾌하고 단순한 종자들로, 서로 아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일대일의 관계라기보다는 대개 여럿이 왁자지껄 떠들며 폭음하다가 아침에 흉한 몰골로 일어나서 서로 옷을 바꿔 입고, 혹은 신발을 바꿔 신고 가버리는 이들이었으니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할 능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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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은 한아만큼 한아의 신념을 사랑했다. 한아의 안에도 빛나는 암석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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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서 잘 정돈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정돈된 게 아니라 그저 갇혀있다가 튀어나와버렸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 이제 와서 돌아오는 건 정말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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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는 마땅한 동사나 형용사를 찾지 못했다. 언제나 너야. 널 만나기 전에도 너였어. 자연스레 전이된 마음이라도 생각해왔었는데, 틀렸어. 이건 아주 온전하고 새롭고 다른 거야. 그러니까 너야. 앞으로도 영원히 너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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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보여. 네 옆에 있는 사람이 한때 내 이름이었던 이름을 쓰는거. 네가 그 이름에서 날 발견하지 않는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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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거라고 믿었는데 그걸 믿는 날 믿을 수가 없었어. 믿으면서도 전혀 믿을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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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마지막 걸음을 할 때, 경민이 속삭였다.
다시, 다시, 다시 태어나줘.
약간 인소감성이 없잖아 있는데 그래서 더 감성적인것 같기도 하고.. 암튼 그렇슴 ㅋ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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