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촌에 이사온 주인공은 사실 이 집이 살인사건이 있었던 집인걸 알게 되고 이웃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계속 범인을 찾아가게 되는 이야기.
이 작가는 이전에 '비하인드도어'라는 소설로 처음 접했는데, 그 소설도 상당히 재밌게 읽었었던 터라 이 소설도 기대하면서 읽었음. 추리/스릴러는 취향이 아니지만 작가 믿고 읽어봤음.
근데 읽다보니 중간부터 대충 범인이 보이는 것 같아서 좀 뻔하다 싶었는데 제법 반전이 있고(사실 내가 생각한 범인이 아니었음..) 그 반전을 위한 복선도 어느정도 잘 깔아둔 것 같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서사를 이야기속에 잘 녹여내었고 주인공의 생각과 심리를 잘 따라갈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이 생각하는대로 이 사람도 의심하고 저 사람도 의심하고 주변 등장인물들을 모두 다 의심하게 된다. ㅋㅋㅋ 온갖 사람들을 다 의심하지만 진짜 범인을 의심할 수 조차 없게 스토리를 풀어가는게 정말 굉장하다. 한 번 의심했다가 의심을 풀고 믿게 되면 다시 의심하기는 어려운 심리를 잘 이용했다고 생각이 든다.
주인공이 범인을 자꾸 알고싶어 하게 되는 이유는 주인공의 과거와 연관이 있는데, 과거에 집착하는 이런 점이 연인 간의 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주인공을 이루는 성격 하나하나가 스토리에 모두 잘 녹아있는것이 너무 좋았다. 그런 점 때문에 읽으면서 주인공인 앨리스에게 넌덜머리가 나기도 했지만 오히려 주인공을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고 소설에 더 빠져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픈 과거를 가진 주인공이 범인을 알아내는 과정을 겪은 뒤 성장하는 모습이 꼭 성장소설같기도 했다.
그를 용서하지 못한 건 그의 범죄 이력이 아니라 질투 때문이었다.
나는 과거에 발이 묶여 있는데, 그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속죄하고 새 인생을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샘이 났다.
본인은 계속 과거속에 살고 있는데 상대방은 과거를 빠져나와 현재를 살고 있는걸 보며 느끼는 감정을 질투라고 표현한 것이 새로웠다...
"아직은 언니를 보내지 못하겠어요. 완전히는요"
"그걸 내가 왜 모르겠어요"
"20년이나 지났는데요?
"슬픔에는 시간이 아무 의미가 없어요"
너무 슬픈 구절이었음. 사랑하는 대상을 잃으면 얼마나 됐든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게 와닿았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시간과 추억은 아무 힘이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