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우울증, 산후 정신증을 겪은 어느 엄마의 1인칭 기록이다.
남편을 만나기 전의 이야기, 남편을 만나고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 아이를 낳았던 이야기, 그리고 점점 정신이 병들어가는 이야기, 정신병동에서의 이야기, 회복하는 과정등을 담담히 서술해 놓았다.
엄마가 된다는 느낌은 어떤것인지, 사회가 엄마라는 존재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인데, 부모님, 시부모님 모두 한국인이다... 한국문화를 어느정도 따르는 모습이 보이는데,
내가 평소에 지양했던,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기성세대들의 한국문화가 보이며,
그런 것들로 인해 작가가 정신적으로 벼랑으로 내몰리고,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기성세대들이 답습해온 한국문화나 한국인의 정 같은것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강화되었다....
아무쪼록 본인의 이야기를 서술해 놓은 거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본인이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생각들을 했었는지 잘 전달이 되었다.
주인공 본인에게 독이 되어 자신을 파괴한 것, 하지만 본인을 수렁에서 건져준 것, 그리고 본인이 좇고자 하는 건 결국 다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가족, 사랑, 모성애라는 건 어떻게 이루어지는 건가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단면을 책으로 읽어보고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그의 집은 늘 시끌벅적했다. 대화와 고함으로 정신이 없었다.
막내였던 그는 한번도 제대로 말을 꺼내볼 기회가 없었다. 혼돈 자체였다.
그는 이런 소란스러움을 사랑했지만,
한편으로는 고요함을 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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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내 몸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대신 이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가 되고 말았다.
나의 육체는 단지 주기 위해, 새 생명체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존재했다.
소모되는 것 이상이었다. 내 몸과 정신은 모두 케이토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이런 모호한 시간속에서 나는 내게 이름이 있다는 생각을 멈추었다.
나는 몸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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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계속해서 나를 더듬고 찔러대고 아기와 피부를 맞대라고 말하는 통에 나는 결국 옷을 벗고 아기를 가슴에 안은 채 침대에 앉았다.
아기를 위해 존재하는, 하라는 대로 하는 포유동물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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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모님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내가 서서히 깨닫게 된 사실이 있었는데,
이들이 자신들의 말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듣지 않는 상대에게 말하는 것에 익숙했다.
말은 그저 소리일 뿐 신중하게 선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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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나를 바라보고 우리의 눈이 마주쳤던 그 순간에 너무나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시간에서 분리되어 우리를, 우리의 초상화를, 거울을 보듯 닮은 행동을 보았다.
우리는 모두 존재했지만 서로 화합하지 못했고, 과거의 패턴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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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사랑의 승리에 대한 경고였다.
너무나 아름답고 가공되지 않은 무언가는 끝이 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터놓는 것은 괴로움과 취약함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파괴적인 힘이다.
죽을 운명과 실패를 알지만 그럼에도 벼랑 끝에서 발을 떼는 것.
이것이 사랑을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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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대한 사랑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희망.
그는 해피엔딩을 믿었을 것이다.
자신을 힘껏 내던져 정상에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조용한 희망 말이다.
그런 다음에 깨닫게 괸다. 그곳이 정상이라는 것을.
결말을 신경 쓰지 않는, 결말은 중요하지 않음을 아는 정상이다. 이것이 행복한 결말이다.
순간만으로도, 사랑만으로도 충분할 때 그 지점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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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아기에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내가 온전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기와 함께하는 순간들에서 기쁨을 찾았다.
아기의 웃음소리를 들었고, 첫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손뼉을 쳤으며, 나를 향해 손을 뻗었을 때 그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내가 붙잡아야 하는 소중한 순간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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