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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남성성이라는 '맨박스' 에 갇혀 남자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남성들이 어떤 것을 관습화하고 대물림했는지, '맨박스'로 인해 남성 본인들이 어떤 부분을 희생했어야 했는지, '맨박스'에서 학습한 남성성이 여성을 비롯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얘기함.

굉장히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인데 에피소드가 많이 소개되어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힘.

다만 글쓴이가 미국인이라.... 미국은 마초이즘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강하다보니 글에서 소개해주는 사례나 이야기가 극단적으로 보이고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조금 달라서 과장이 너무 심하다거나 일반화, 혹은 비약이라고 느껴질 수 있음. 하지만 사회적으로 학습되어 강요되는 남성성은 남성 본인들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해 악영향(물리적, 정신적, 성폭력을 모두 포함)을 미친다는 맥락을 이해해야 함.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전적으로 남성에게 책임이 있다'라는 점을 글 내내 강조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일부 미친놈들이 여자를 때렸다'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남성 중심주의와 성차별이 빚어낸 현상이라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임.

침묵은 폭력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를 자아낼 뿐이며, 착한남성들이 나서야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함.

읽으면서 좀 아쉬운점은 글쓴이의 의견에 대한 근거가 조금 부족하고 위에서 말했듯이 일반화 혹은 비약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좀 있었음. 하지만 어느정도 현실에서 목격하기도 하고 겪을 수 있는 부분이기에 공감하면서 넘어갔음. 그리고 뒤로 갈 수록 똑같은 얘기 계속해서 마지막으로 갈 수록 좀 노잼임.

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 그리고 남초집단에서의 맨박스는 현실에서 충분히 관찰 가능한 현상이지만 자신은 아니라며 나는 그렇지 않으니 그러한 문제와 자신은 상관없다며 넘기면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 부분이 참 좋았음.

여자 버전으로 우먼박스라는 책도 있으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인상깊은 부분은 상당히 많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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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박스에는 이성애 우월주의와 호모포비아가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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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운 '남자'가 되는 법의 대부분은 여성의 성향이나 관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는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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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눈물을 보이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허용한다.

(실제로 남성이 눈물을 보이는것보다 여성이 눈물을 보이는 것에 더 관대하다고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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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부의 손을 건네주는 행위는 전체 결혼 예식 중 상징적인 부분일 뿐이며 실제 사람을 소유물처럼 거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상징적 행위가 전통으로 내려왔다는 데에 시사점이 있다. 부친의 책임하에 있던 신부가 새로이 배우자를 맞이하여 그에게 귀속되는(한 남성에서 다른 남성의 손에 넘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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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의 거의 모든 곳에서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이어진다. 주류 사회는 여성이 욕구의 대상이자 신체 부위로서 묘사되는 관행을 널리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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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남성의 수가 폭력적인 남성의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선한 남성과 폭력적인 남성 사이의 공통점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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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박스에 따르면 섹스를 할 기회를 낚아채지 않는다는 것은 남성으로서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남자라면' 응당 섹스를 원하고 요구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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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남성들은 자신보다 신체적으로 강하다고 느껴지는 여성과 사귈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남성들은 자신보다 키가 크거나 덩치가 큰, 힘이 센, 지위가 높은, 혹은 돈을 더 잘 버는 여성과 사귀는 것을 버거워한다. 방금 나열한 성질들은 사회적으로 학습된 전형적인 남성성의 조건이며 이런 성질을 여성이 가질 경우 남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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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학습된 남성성은 대개 남자다운 사람은 이래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강요한다. 터프하고 거칠고 근육질이고 과격하고 두려움 따위 느끼지 않으며 상처를 무서워하지 않고 언제나 상황을 리드하는 것이 남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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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연락망 제작, 여학생들 간의 2인 1조 시스템, 여학생들을 위한 교내 셔틀 차량의 증편 등의 논의되었다. (이런 경우 왜 여학생들을 위한 조치가 취해졌는지 생각은 안 한채 역차별이라는 발언이 나온다.) 하지만 이 방법은 남성이 저지른 폭력에 대처할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다. 대처할 책임을 여성들이 져야 할 뿐만 아니라 안전을 도모한다는 미명 하에 여성들의 행동을 제약하고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대응책이었다. 남성들의 삶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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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성들을 불쾌하게 하지 않으려고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 같은 포괄적이고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대로 정확히 명칭을 정하자면 행위의 가해자인 남성을 지목하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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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다면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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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항상 젊은 사람, 아니면 어린아이 정도였지 '할머니'가 화자인 소설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생각나는 소설은 구병모의 파과 정도?

파과는 킬러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할머니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물론 노인 여성으로서의 삶도 어느정도 묘사가 되지만 현실성은 없는 킬러의 면모가 주된 이야기였는데, 이 소설들에서는 그들도 나름대로 우리와 비슷한 그들의 삶이 있었고,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뜻하고 소소하게 재미있는 책이었다~~

여섯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음.

윤성희 · 어제 꾼 꿈
백수린 · 흑설탕 캔디
강화길 · 선베드
손보미 · 위대한 유산
최은미 · 11월행
손원평 · 아리아드네 정원

내가 제일 좋아한 편은 [흑설탕 캔디]인데

청춘이 다 지나간것처럼 보이는 할머니도 사실 언제나 마음은 청춘이고

겉모습만 늙었다는 걸 마음 깊이 느끼게 된 소설이다.

단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훌훌 읽었음에도 흑설탕 캔디는 참 따뜻하고 뭔가 여운남는 소설이었다. 

다른건 생각이 잘 안나 ... ㅋㅎㅎㅎ

아래는 내가 좋아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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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오면 손가락을 벌려요. 그 사이로 비가 지나가게.

그 후로 비가오면 나는 창밖으로 손바닥을 내밀고 한참 서 있어보곤 했다. 손가락 사이로 비가 지나가는 걸 상상하면서.

 

윤성희, 어제 꾼 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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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했던 일이 주는 즐거움. 계획이 어그러진 순간에만 찾아오는 특별한 기쁨. 다 잃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한여름의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던 행복의 찰나들.

그리고 할머니는 일어나서 브뤼니에 씨와 함께 탑 위에 각설탕 하나를 더 쌓았다. 하나를 더. 또 하나를 더. 그러다 탑이 무너져 내릴 때까지. 각설탕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할머니와 브뤼니에 씨가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릴 때까지.

백수린, 흑설탕 캔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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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巳時)는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엿다. 은형은 절에 오면 사시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게 좋았다.

 

최은미, 11월 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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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형은 절에 오면 사시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게 좋았다.' 이 구절이 왜 좋은진 모르겠는데

그냥 익숙하지 않은 것이 일상이 되어서 좋다는 묘사가 좋은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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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즘과 홀로코스트 시대에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소년의 우정을 그린 소설임.

두 소년이 우정을 형성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나치가 독일을 장악할 때 쯤의 갈등을 보여준다.

우정을 형성하고 서로 어울리는 과정은 헤르만 헤세 소설의 플롯과 비슷하다고 느껴져서 뻔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했음. 그.. 특유의 연애하듯이 우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있음 ㅋㅋㅋ

암튼 이게 뭐가 재밌다는거야 할때쯤 소설이 끝남.(그만큼 짧음)

하지만 마지막 구절을 위해 소설을 읽은게 아닌가 할 정도로 완벽한 결말이었다.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 연상되는데,

그 영화 마지막 내용처럼 뭔가 안타깝고 슬픈 감정을 자아내는 건가 싶었는데 딱히 그렇진 않다. 

근데 전체적으로 재미는 영 없다.

마지막 구절때매 읽는 거 맞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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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재일한국인의 자전적 소설임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장해 나가는 청춘소설인데, 

별로 공감할 거리나 인상깊은 내용이랄게 없었다. 구냥 그렇슴

문체는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간결하며 질질끌거나 지나치게 감성적이거나 하는 것은 없어서

부담없이 빠르게 읽기 좋으나, 어떤 감성적인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N O . .  ㅎ ㅎ 

일본에서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했다는데 

시대적으로나 정체성면에서나 공감될 거리가 하나도 없어서 그냥 그랬던 소설임 큼큼

 

아래는 이 소설에서 좋았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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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가르쳐줘. 나 지금 어떤 표정인지? 나 혼자서는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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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것만 가지고는 모자란다구. 그것만 가지고는 너를 따라잡을 수 없어. 무언가를 찾지 않으면 안 돼. 그것도 있는 힘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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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이었다. 비극이 아닌 그 무엇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비극에서든 사람들은 편린이나마 '구원'을 찾아내려 애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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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이는 살아서 스무 살을 맞이하지 못했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현기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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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인줄 알았는데 로맨스였음

로맨스 취향은 아닌데 재미있었음

우주에서 온 사랑꾼과 한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너무 절절하거나 지나치게 정교하지 않아서 더 좋은 소설이었다

SF가 가미된 로맨스지만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임 ㅎㅎ  

예전의 경민이가 사라지고 우주를 건너온 경민이와의 관계는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뻔한 흐름이지만

뻔할 수 있었던 흐름을 SF 소재를 넣어서 참신하고 지루하지 않았다. 

뭐 크게 우여곡절이나 갈등을 겪는 건 아니어서 스토리가 스펙타클하다는 느낌은 없음에도 

표현이 예쁜 구절들이 참 많아서 읽는 재미가 있었고 

왜 지금 이 소설을 읽게된걸까~ 하는 생각도 듦.

ㅎㅎ 내 삶의 경민이들을 생각나게 하는 소설.

가볍게 읽기 좋음

 

아래는 내가 맘에 든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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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너 자신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느냐고 묻는다. 끝내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건전한 절대 명제. '누구나 하나의 세계를 이룰 수 있다' 는 역사상 가장 오래 되풀이된 거짓말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다. 세계를 만들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탁월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만든 세계에 기생할 수 밖에 없다. 끊임없이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세계에, 예수와 부처의 세계에,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세계에, 테슬라와 에디슨의 세계에, 애덤 스미스와 마르크스의 세계에, 비틀스와 퀸의 세계에,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세계에 포함되고 포함되고 또 포함되어 철저히 벤다이어그램의 중심이 되어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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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른 이의 세계에 무력하게 휩쓸리고 포함당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아폴로의 그 다시없이 아름다운 세계에 뛰어들어 살겠다. 그 세계만이 의지로 선택한 유일한 세계가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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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는 오랫동안 봐온 그 등에서 익숙함을 찾으려 노력했다. 저 등은 언제나 가슴을 아프게 했었다. 한아를 아프게 하려고 빚어놓은 실루엣 같았다. 툭 튀어나온 양 어깨뼈 사이, 깊고 우묵한 곳에 이마를 대고 싶어졌더랬다. 하지만 언제나 점점 멀어져 잰걸음으로 쫓느라 한아는 울 시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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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직접 만나려고 2만 광년을 왔어. 내 별과 모두와 모든 것과 자유 여행권을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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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에 맺혀 있는 눈물을 닦아주려 했을 때는 막지 않았다. 경민의 손보다 온도가 높고, 굳은살이 없는 손이었다. 쌓인 기억이 없는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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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행하고 싶지는 않아? 공항에 오니까 여행 싫어하는 나도 막 그런 기분이 드는데."

"네가 내 여행이잖아.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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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원래의 경민처럼 경쾌하고 단순한 종자들로, 서로 아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일대일의 관계라기보다는 대개 여럿이 왁자지껄 떠들며 폭음하다가 아침에 흉한 몰골로 일어나서 서로 옷을 바꿔 입고, 혹은 신발을 바꿔 신고 가버리는 이들이었으니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할 능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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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은 한아만큼 한아의 신념을 사랑했다. 한아의 안에도 빛나는 암석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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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서 잘 정돈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정돈된 게 아니라 그저 갇혀있다가 튀어나와버렸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 이제 와서 돌아오는 건 정말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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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는 마땅한 동사나 형용사를 찾지 못했다. 언제나 너야. 널 만나기 전에도 너였어. 자연스레 전이된 마음이라도 생각해왔었는데, 틀렸어. 이건 아주 온전하고 새롭고 다른 거야. 그러니까 너야. 앞으로도 영원히 너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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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보여. 네 옆에 있는 사람이 한때 내 이름이었던 이름을 쓰는거. 네가 그 이름에서 날 발견하지 않는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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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거라고 믿었는데 그걸 믿는 날 믿을 수가 없었어. 믿으면서도 전혀 믿을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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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마지막 걸음을 할 때, 경민이 속삭였다. 

다시, 다시, 다시 태어나줘. 

 

 

약간 인소감성이 없잖아 있는데 그래서 더 감성적인것 같기도 하고.. 암튼 그렇슴 ㅋ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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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발전하면 우리 인간들은 보다 나은 삶을 살게될까?

인간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차별없고 정의로운 세상이 될까?

이러한 질문들을 생각 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은근히 철학적임

현실에 SF적 요소를 가미하여 현재 사회에서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차별,배제,사랑,공존 등을 그려냈다.

보면서 영드 블랙미러가 생각이 났는데,

블랙미러가 좀 더 자극적으로 신랄하게 부정적인 면을 그려냈다고 하면,

이 작품은 상당히 섬세하게 감정을 녹여냈음..재밌기도 재밌고 어쩐지 여운이 남아버림

사회 현상에 대한 통찰이 꽤나 인상적이고 그 통찰을 소설속에 잘 녹여냈다고 생각함!



7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단편 소설보다는 장편 소설을 선호하지만 이번 책은 오히려 단편이라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적절히 얘기를 그려내놓고 여운을 남겨두며 한 이야기를 끝내기 때문에 마치 옴니버스 드라마를 보는듯 해서 더 좋았다!

 

아래는 내가 맘에 든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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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많은 이들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거야. 그리고 우리는 곧 알게 되겠지. 바로 그 사랑하는 존재가 맞서는 세계를. 그 세계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비탄으로 차 있는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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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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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깔개 위에 몸을 뉘었을 때 희진은 문득 울고 싶었다. 고작 그 정도의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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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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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쓰지 않아도 그냥 그 감정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언제든 손 안에 있는 통제할 수 있는 감정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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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아요. 왜, 보면 콘서트에 다녀온 티켓을 오랫동안 보관해두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사진도 굳이 인화해서 직접 걸어두고, 휴대폰 사진이 아무리 잘 나와도 누군가는 아직 폴라로이드를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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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실재하는 물건 자체가 중요한 거죠. 시선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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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을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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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오직 감정 그 자체였던가?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가 아닌가?

의미가 배제된 감정만을 소비하는 것은 인간을 단순히 물질에 속박된 동물로 전락시키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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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맥락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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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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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 사는 삶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세대를 살아야 하는 모녀 사이에는 다른 관계에는 없는 묘한 감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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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사람들은 재경을 닮은 다른 약한 사람들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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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왜 현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가
사람들은 왜 현실을 더 비관적으로 바라보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사람들의 '본능' 측면에서 설명해주고 이 세계의 현실을 데이터로 보여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으며.
점차 나아지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세계가 아직도 나아지려면 한참 멀었다고 오해하는 것을 지적함.

허나 작가가 제시한건 사실에 근거한 데이터일 뿐이지 세계가 나아지고 있다고 해서 나쁜 부분이 없다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되며, A가 항상 옳은것만은 아니다 라고 언급했다고 해서 A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주의해야 함. 작가가 데이터를 근거로 사실을 보여주는 것은 좋으나 작가 나름대로?의 의견을 덧붙이는데, 곰씹어보지 않으면 내 수준에선 오해하기 십상인 경우가 더러 있었음. 이것 또한 작가가 지적한 인간 본능중에 하나가 아닐까하고 생각함.

제목이 factfulness인데다가 책을 훑어보면 도표가 상당히 많아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일 것 같은 인상을 받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재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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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이라 함

책은 얇고 가볍고 디자인은 예뻐서 맘에 듦.

한줄평 :

인간들이 사회화를 통해 억누르고 있는 악한 본성을 드러내고 자유로워진 지킬 박사의 눈동자에 건배-★

좋군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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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앞에서는 품위 유지의 책임이라는 짐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다가 잠시 후 학생처럼 이런 빌린 옷을 벗어 버리고 자유의 바다로 뛰어든 사람도 내가 처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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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중 

'사슴 사냥꾼의 당겨지지 않은 방아쇠'는 젊음 혹은 순수함의 형식과 내용을 구체화한다. 그것은 정상성에 접근하는 새로운 맥락, 새로운 의미망과 타협하고 합류하며 과거를 미세 조정하는 '성숙'을 거부한다. 그것이 젊음 혹은 순수함의 혼란이자 고통이며, 그것은 의무감없이 역사의 의무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

 

암울하고 건조하지만 섬세하고 깊은 느낌의 소설임

배경은 80년대로,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을 겪은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음.. 주인공은 멀쩡히 사나 싶으면서도 반정도 넋이 나간거 같은데...

암튼 나는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진짜 물음표밖에 안 남음..

음..

마음에 드는 점은... 건조한 문체와 건조한 대화 

ㅋㅋㅋㅋ

그 정도

다른건 잘 모르겠음.. 

전체적으로 주인공들의 성숙과 비성숙이 혼재하는 느낌은 알겠는데 ....

아무래도 시간흐름이 섞여있다보니 이해하기 더 어렵지 않나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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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책 표지는 너무 못생겼다. 진짜..

팔리지 않아 서점 구석에 박혀있는 밀레니엄 시대의 책 중 하나를 떠올리게 함.ㅠ

하지만 책의 인상을 결정하는 표지와 달리 이야기는 정말정말 인상적이었다.

요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에 들었음..

글쓴이는 마치 2,3회차 인생인것 처럼 현대인을 통찰하고 내면을 기가막히게 풀어냄...

케이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하나하나, 쏟아내는 말 하나하나가 내 머릿속에 콕콕 박혀와서,

너 이렇게 생각하지? 하고 조져버리는 것 같다.

나를 잘게 여러 조각으로 나눠 여러 인물을 만들어 소설속에 녹여 놓은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어느 한 부분들이 전부 다 나다. 

 

주인공은 세상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고, 한없이 한심하고 비관적임..

진부함과 한심함에 저항하지만 사실 그 자체일 수도 있고, 그 사실에 더 무너져 내린다.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떠올리는 생각, 끝도 없이 쏟아내는 말들,

그 생각들을 한 번이라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관념적으로만 떠다니던 생각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텍스트로 착착 정리해서 보여주는 듯 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았으며, 꼭 내 일기를 훔쳐보는 했음.

특히 남자친구인 지원이와 싸우고 헤어지는 부분, 지원이가 하는 말들은 정말... ㅎ .. . .  . .. .. . . .

글쓴분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을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엿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듦.

 

책 제목과 관련된 '천국'에 대해 몇 번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사실 소설에서 묘사하는 그 '천국'이라고 하는 현실과 내면의 괴리감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수많은 말들이 너무 흥미로워서 의미에 집중 안 하고 호다닥 읽어버림...

어떻게 보면 수박 겉핥기로 읽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좋으면 된거 아닌가요... ㅎㅅㅎ 

난 스토리가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줄거리 자체는 별 거 없는데도 너무너무 매력적이다.

몇 년 뒤에 내 상황이 달라졌을 때 또 읽어보고 싶음!

아래는 내가 좋아한 구절.. 너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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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너무너무 빠르게 변한 나라라서 한 두살만 차이가 나도 전혀 말이 안 통하거든. 그러니까 평범한 상태인거야. 말이 안 통하는게.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아. 이상하지? 근데 안 이상해. 말 같은 거 안 통해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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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다. 정말이지 아름다웠고, 하지만 그건 케이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긴 천국이고, 그런데 나는 곧 이곳을 떠나야 한다. 케이는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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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케이가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확실한 사실이었다. 물론 평범한 인간에게도 미덕은 있다. 그를 통해 그가 속한 시대의 리얼리티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리고 지금 시대 케이를 통해 이해 가능한 리얼리티는 몰락이라는 단어로 요약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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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마음은 많이 정리가 되신 거예요?"

"정리? 글쎄, 정리라는게 될 수 있는 건가? 인생이라는 게 그런거다, 요즘은 그냥 그런 정도로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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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새끼들은 싹 쓸어버려야 돼. 그런 매너 없는 새끼들은 아주 완전히 뒈져버려야 된다고."

케이는 동생을 보았다. 아무것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듯 굳어있는 그의 표정을 보며 그녀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대체 얘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지? 이십년이 넘게 함께 살아온 동생인데, 생각해보면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게 정상인가?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잖아? 잘 살아왔잖아? 근데 왜 갑자기 고장이 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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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각을 해봐. 너랑 나랑 진짜 달라. 너도 알지? 그러니까...... 그래, 여기도 그래. 여기 너 단골이라며? 근데 솔직히 나 이런 데 별로야. 아니, 나랑 안 맞아. 커피, 이런 거 몰라. 너가 좋아하는 음악도 나 하나도 몰라. 솔직히 관심도 없어. 아니, 뭐 그런 건 그렇다 치고, 학교, 사는 동네, 가족, 살아온 환경...... 하나도 너랑 비슷한 데가 없어. 너랑 인생 자체가 다르다고. 너 방금 내가 해준 아줌마 얘기 듣고 무슨 생각 들었냐? 불쌍하다, 안됐다, 슬프다, 그런 생각? 아니, 솔직히 말해봐. 이해가 안 가지? 완전 다른 세계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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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난 망해본 적이 없어. 망하는 게 뭔지 몰라. 왜냐면 처음부터 망했거든. 난 태어날 때부터 인생이 쭉 이런 상태였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돼? 그런 느낌 알아? 계속, 계속, 계속, 좆같을 거라는 느낌. 빠져나갈 구멍이 안 보이는 그런 거 너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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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너도 나처럼 살았어도 똑같이 착할까? 알아, 이거 존나 삐뚤어진 생각이야. 그래서 미치겠다고. 너 때문에, 너랑 있으면 나 삐뚤어진 걸, 평소에는 까먹고 있던 그걸 자꾸 확인하게 돼. 나 존나 초라한 거, 좆도 없는 거, 그런거 자꾸 생각이 나. 그래서 존나 싫어. 미치겠어. 열등감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아니, 열등감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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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걜 만나면 기분이 아주 드러워져. 그냥 같이 있는 건데, 그냥 같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얘기 몇마디 하는 건데, 내 세계가 무너져내리는 느낌이 들어. 걔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 내가 살아온 세계가 다 부서지고 깨진다고. 근데 걔는? 아무 일도 없어. 근데 나는 걔가 하는 말 한마디에, 걔 몸짓 표정 하나하나에 내 세계 전체가 위협을 당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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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난 말이다, 사랑이라는 게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정신적인 측면에서건 물리적인 측면에서건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조차 뛰어넘는 깊은 관계를 엄청나게 단기간에 형성하는 거라고 봤을 때, 그게 그렇게 평화롭고 정겨울 수가 있는지 의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사람들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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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해라는 게 뭐지? 케이는 깨달았다. 자신이 단 한 번도 타인에 대한 이해를 시도해본 적이 없다는 걸. 그게 뭔지도 모르며,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다는 걸. 한심함보다 오싹함이 앞섰다. 한 인간이 타인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이렇게 오랜 동안 별문제 없이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게. 심지어 그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하지만 그게 세상이라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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